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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너머
우리가 떠나왔고, 결국 돌아갈 그곳에 대하여 :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 "컴백홈" 전시 본문
오늘은 도봉구에 새롭게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공립미술관,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무려 5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서울 사진 축제의 2026년 메인 전시, "컴백홈(Come Back Home)"인데요.
데이트 코스로도 좋고,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에도 완벽한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들을 콕콕 짚어 정리해 드릴게요!
1950년대 이후 현대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촬영한 다양한 사진과 여러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본 스토리까지 감상하실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전시 개요 : 5년 만에 "사진의 집"으로 돌아오다
이번 전시는 2010년부터 이어져 온 서울의 대표 시각예술 축제인 '서울사진축제'가 5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자리예요.
특히 지난해 개관한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주요 축제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 전시명: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Come Back Home)》
- 전시 기간: 2026년 4월 9일(목) ~ 6월 14일(일)
- 장소: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 (서울 도봉구 마들로 13길 68)
- 관람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올해의 주제인 "컴백홈"은 단순히 집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넘어선 다층적인 뜻을 품고 있어요.
축제가 드디어 안정적인 "사진 전문 미술관(집)"에 둥지를 틀었다는 귀환의 의미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지만 저마다 다른 무게를 지닌 "집"이라는 공간을 사진의 언어로 재해석합니다.
기성 거장부터 촉망받는 신진 작가까지 총 23명(팀)이 참여해 거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냅니다.
눈여겨봐야 할 주요 작품 소개
전시는 "집을 이루는 것", "이동하는 집", "길 위에서", "우리의 집"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중에서도 꼭 눈에 담아와야 할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 드려요.
1. 한영수 작가의 리얼리즘 사진
한국 1세대 현대 사진의 거장인 고(故) 한영수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전통과 근대가 격동하며 공존하던 시절의 서울 골목길과 거리, 그 속에서 피어난 집들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머무는 작품이에요.
1950년대의 서울과 2020년대의 서울을 비교해 보시면, 그동안 얼마나 크고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단번에 느끼실 거예요.




2. 박형렬 작가 - 〈산으로 존재하기〉 시리즈
인간의 터전(집)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파괴하고 지워버린 풍경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간척지 등에서 찾아낸 돌을 매달아 놓는 등, 사람들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자연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자연과 인간의 거주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죠.

3. 신희수 작가 - 〈노가다 워커〉, 〈블루존〉
직접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노동의 환경을 생생하게 기록해 온 작가예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을 다룬 〈블루존〉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누군가의 '집'을 짓기 위해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강렬하게 전합니다.



4. 신수와 작가 - 〈Be 누(累)〉
개인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수행적 작업이에요.
작가가 25년간 살아온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집 초인종을 무작위로 누르며 "샤워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웃'과 '집'이 가진 폐쇄성과 관계 맺기의 낯섦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입니다.
609번의 시도 끝에 남겨진 100번의 거절과 9번의 허락된 샤워 기록은, 견고하게 닫힌 사적 공간의 문턱을 넘으려는 무모하고도 정중한 개입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낯선 여자가 갑자기 들이닥쳐 샤워를 해도 되겠냐고 요청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드는 기이한 일임에는 이론이 없을 것 같아요.



5. 최원준 작가
최원준 작가는 남북 분단과 미군의 한국 장기 주둔이 만들어 온 사회적 조건이 형성과 변화를 사진, 영화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여온 작가인데요.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부터 동두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미군 기지촌의 역사와 현재가 중첩된 장소적 조건에 주목하여, 나이지리아 이보 공동체,,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삶이 교차하며 형성된 동두천의 사회적 층위를 보여주죠.



6. 김민 작가
김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극히 내밀한 삶의 경계를 다루었는데요.
대체 복무라는 제도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36개월간 생활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작가와, 그 사이 홀로 투병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연인의 모습이 전시실 벽면에 나열되어 서로를 마주하고 있어요.



7. 이예은 작가
작가는 공장과 물류 창고가 일상의 풍경이던 경기도 이천에서의 노동 경험과 부모님께 물려받은 강인한 삶의 의지를 작업의 소중한 근간으로 삼고 있는데요.
작가는 차가운 건물 외벽을 온몸으로 껴안거나 공중에 정지한 달걀을 포착하는 등 일상 속의 재치 있는 시도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고 있어요.


8. 손은영 작가
이번 전시에는, 무겁고 힘든 일상을 마주한 다른 대부분의 전시 작품과는 달리, 밝고 화사한 집의 이미지를 자신 있게 드러낸 작품도 있는데요. 손은영 작가의 작품이 그래요.
작가에게 집은 추억을 공유하며 미래를 꿈꾸는 공동체적 장소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소중한 공간인데요.
사진 이미지를 오려 재배치하고 디지털 도구로 색과 빛을 세밀하게 매만지는 작업 방식은 평범한 기록을 넘어 회화적인 아우라마저 빚어내고 있어요.


《컴백홈》 전시가 다른 전시와 다른 3가지
많은 사진전이 있지만, 이번 서울 시립 사진미술관의 《컴백홈》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어요.
①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집'이 되는 동선
이번 전시는 단순히 벽에 일렬로 걸린 사진들을 쭉 훑고 지나가는 뻔한 구조가 아니에요. 미술관 2층부터 3층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조를 활용해, 관람객이 마치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방'을 하나씩 똑똑 두드리고 차례로 방문하는 듯한 독특한 공간 경험을 선사합니다.
② 사진을 넘어 설치, 영상, 책으로 확장되는 매체 실험
단순한 인화지 속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1층 로비와 4층 포토 라이브러리에서는 이신애·이지안 작가의 실험적 설치 작품인 포토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이 펼쳐져요. '사진으로 지은 집'을 주제로 하여, 공간 전체와 시각 자료(사진집)를 매개로 관람객의 기억을 자극하는 입체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③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모두의 축제'
전시를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바라보고(Look), 읽고(Read), 대화하고(Talk), 만들고(Make), 공유하는(Share) 5가지 참여형 프로그램이 꽉 차 있어요. 특히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집에 얽힌 사진을 공유하는 〈집-들이!(Zip-In!)〉 프로젝트는 축제 폐막과 함께 미술관 로비에 또 하나의 시민 참여형 전시로 완성된다고 해요! 내가 전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아주 멋진 기회죠?
마무리
"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따뜻한 안식처일 수도, 누군가에겐 떠나온 고향이거나 아직 가닿지 못한 꿈일 수도 있겠죠.
6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무료 전시이니, 날씨 좋은 주말에 도봉구 서울 시립 사진미술관으로 마실 가듯 다녀오시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미술관 1층에 가시면, 즉석에서 촬영하고 바로 인화하여 가져가실 수 있는 네 컷 사진기가 있어요.
무료이니, 가신다면 이곳에 꼭 들러 가족, 연인, 지인들과 산뜻한 추억 남겨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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